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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라이드 (케미스트리, 버디무비, 신파)

zooze 2026. 5. 31. 09:34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극장 간판에서 강하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냥 웃고 나오는 영화겠지' 싶었는데, 막상 보고 나서는 한동안 오래된 친구들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영화 퍼스트 라이드는 24년 지기 사총사가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나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작품입니다.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노리는 한국형 코미디의 전형적인 구조를 따르면서도, 배우들의 케미스트리 하나만큼은 확실히 챙겨 갔습니다.

## 사총사 케미스트리, 그리고 영화가 건드린 것들

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이 영화가 단순히 웃기려고만 만든 작품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태정, 도진, 금복, 연민이라는 네 캐릭터는 여섯 살 때부터 함께한 친구들로 설정되어 있는데, 10년의 세월이 흐른 뒤 각자의 삶이 꽤 무거워진 상태로 다시 뭉칩니다. 국회의원 비서관이 된 태정, 병원에서 갓 퇴원한 도진, 스님이 되기 직전 인턴 중인 금복. 설정만 보면 코미디보다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볼 연출 키워드가 있다면 바로 앙상블 캐스팅입니다. 앙상블 캐스팅이란 한 명의 주연 배우에게 비중을 몰아주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배우가 동등한 비중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구성을 말합니다. 퍼스트 라이드는 이 방식을 선택했고, 덕분에 친구들이 함께하는 장면에서 자연스러운 호흡이 살아납니다. 제가 봤을 때도 네 사람이 한 프레임 안에 있는 장면들이 가장 생동감이 넘쳤습니다.

또 하나 눈에 띈 건 톤앤매너(Tone and Manner) 설정입니다. 톤앤매너란 영화 전반에 흐르는 감정적 분위기와 연출 방향성을 가리키는 용어로, 코미디와 감동을 어떤 비율로 섞을지 결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전반부는 유쾌하고 가볍게 치달리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도진의 정신건강 문제와 연민의 이민이라는 무게감 있는 소재를 끌어들입니다. 이 전환이 매끄럽냐 아니냐를 두고 관객들 사이에서 반응이 엇갈린 것 같습니다.

영화가 가진 강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강하늘, 윤경호, 고규필, 최규화로 이어지는 배우들의 현실감 있는 우정 연기
- 태국 송크란 뮤직 페스티벌이라는 이국적이고 역동적인 배경
- 고3 시절 버스를 놓쳐 여행이 무산된 에피소드처럼, 소소하지만 진짜 같은 웃음 포인트
- 도진의 정신건강 고백처럼, 코미디 안에 현실적인 무게를 숨겨둔 서사 구조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 영화 관객의 약 41%가 코미디 장르를 선호한다고 집계되었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https://www.kocca.kr)). 퍼스트 라이드는 바로 그 주류 취향을 정확히 겨냥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상업적 기획 의도 자체는 분명합니다.

## 서사의 한계, 신파 코드가 발목을 잡는 지점

영화를 좋게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시나리오 구조에 대해서는 좀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퍼스트 라이드는 장르적으로 버디 로드무비에 해당합니다. 버디 로드무비(Buddy Road Movie)란 두 명 이상의 주인공이 함께 이동하는 여정 속에서 우정을 쌓거나 갈등을 해소하는 구조의 장르를 말합니다. 문제는 이 공식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미 수없이 반복된 흥행 방정식이라는 점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장르 영화는 배우 조합이 신선하지 않으면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전부 예측 가능하게 느껴집니다. 퍼스트 라이드도 그 한계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더 아쉬웠던 건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처리 방식입니다. 캐릭터 아크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한 인물이 내적으로 변화하거나 성장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다섯 명의 주연을 짧은 러닝타임 안에 모두 조명하려다 보니, 개개인의 감정 변화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채로 결말을 향해 달려갑니다. 도진의 정신건강 문제는 영화 전체에서 가장 진지한 소재인데, 이것이 갈등의 씨앗으로 충분히 파고들어 가기도 전에 해소되어 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후반부의 신파 코드도 저에게는 걸리는 지점이었습니다. 신파란 감정을 직접적이고 과도하게 자극하는 연출 방식으로, 한국 영화에서 오랫동안 반복된 관습적 감동 코드를 뜻합니다. 전반부에서 웃음을 충분히 쌓아놓고 후반부에서 눈물을 끌어내는 구조는, 코미디와 감동의 균형이 정밀하게 설계되지 않으면 불협화음으로 느껴집니다. 퍼스트 라이드는 아슬아슬하게 그 선을 넘나들었고, 영화 평론 커뮤니티에서도 이 지점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편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한국영화 관객 만족도 조사에서도, 코미디 장르 관객이 가장 많이 지적한 불만 요인은 '예측 가능한 전개'와 '과도한 감정 유도'였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https://www.kofic.or.kr)). 퍼스트 라이드는 그 두 가지를 동시에 건드린 셈입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나쁜 영화라는 말은 아닙니다. 복잡한 생각 없이 극장에서 편하게 웃고 싶은 날이라면 충분히 선택지가 됩니다. 다만 화려한 캐스팅이 만들어낸 기대치에 시나리오가 온전히 부응했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솔직히 절반쯤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답하겠습니다.

정리하면, 퍼스트 라이드는 친구와 함께 극장을 찾는 가벼운 나들이 영화로서는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사총사의 케미스트리를 즐기러 간다는 마음으로 접근한다면 분명 웃음은 챙겨갈 수 있습니다. 다만 깊은 여운이나 탄탄한 서사를 기대하고 간다면 약간의 실망이 따를 수 있습니다. 오래된 친구가 생각나는 날, 그냥 같이 보러 가는 것 자체가 이 영화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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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J8lfKsyx5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