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닉 리크루트 (액션, 암살, 스토리)
제이슨 스타뎀이 수영장 바닥에 균열을 내어 타깃을 추락시킨다. 이 한 장면만으로도 극장 좌석을 꽉 붙잡게 만드는 영화가 메카닉: 리크루트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스타뎀 영화니까 액션은 보장되겠지, 하는 가벼운 기대로 앉았다가 생각보다 복잡한 감정을 안고 나왔습니다.
## 스타뎀이 선보인 암살의 기술, 어디까지 봤습니까
이 영화의 핵심 매력은 단연 아서 비숍이 타깃을 제거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단순히 총을 쏘거나 주먹을 날리는 게 아닙니다. 각 암살은 일종의 연출된 사고처럼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이를 영화계에서는 스테이지드 킬(staged kill)이라고 부릅니다. 스테이지드 킬이란 타살을 사고사나 자연사로 위장하는 암살 기법을 뜻하며, 이 영화의 서사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장치입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탄성을 질렀던 장면은 역시 펜트하우스 유리 수영장 시퀀스였습니다. 고층 건물 외부에 매달린 채 수영장 바닥에 균열을 내는 장면은, 비주얼적으로도 압도적이었고 발상 자체가 워낙 독창적이라 보는 내내 입이 벌어졌습니다. 브라질, 태국, 호주 등 전 세계를 배경으로 한 로케이션도 각 암살 장면의 분위기를 확실히 차별화해 주었고요.
스타뎀 특유의 정교한 맨몸 액션은 여기서도 건재합니다. 그는 무술 액션에서 무브먼트 이코노미(movement economy)를 잘 활용하는 배우입니다. 무브먼트 이코노미란 불필요한 동작을 최소화하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액션 스타일로, 화려함보다 타격감과 사실감을 우선시합니다. 스타뎀이 다른 액션 배우들과 구별되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저도 그의 액션을 여러 작품에서 봐왔지만, 이 영화에서도 묵직한 존재감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액션의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스테이지드 킬 방식의 창의적 암살 시퀀스
- 브라질, 태국, 호주 등 3개국 이상의 다양한 로케이션
- 스타뎀 특유의 정교한 맨몸 타격 액션
- 제시카 알바, 토미 리 존스 등 조연진의 뒷받침
## 킬링타임 영화로서의 완성도, 그 이면의 허점
킬링타임(killing time) 영화란 깊은 서사보다 오락적 쾌감에 집중하는 장르를 뜻합니다. 즉, 생각을 비워두고 눈과 귀만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그 기준으로 보면 메카닉: 리크루트는 충분히 합격점입니다. 주인공이 위기를 헤쳐나가는 속도가 막힘없이 빠르고, 장면 전환도 리드미컬해서 두 시간이 지루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시리즈 속편 특유의 반복감이나 안일함이 생각보다 적었고, 각 암살 미션이 배경과 방식 면에서 나름대로 변주를 주고 있어서 중간에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습니다. 제시카 알바가 연기한 여주인공의 역할도 단순히 구출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극에 일정한 긴장감을 더해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영화를 보면서 계속 마음에 걸렸던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서사의 빈곤함입니다. 납치된 연인을 구하기 위해 암살 임무를 수행한다는 기본 구조는, 액션 스릴러 장르에서 오랫동안 반복된 진부한 플롯(plot)입니다. 플롯이란 이야기를 구성하는 사건의 연쇄적 구조를 뜻하는데, 이 영화의 플롯은 어느 시점에서부터 결말이 거의 예측 가능한 경로를 따릅니다.
로튼 토마토 기준으로 이 영화의 평론가 점수는 45%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이는 액션의 완성도와 서사의 완성도 사이의 격차를 고스란히 반영한 수치라고 봅니다([출처: 로튼 토마토](https://www.rottentomatoes.com)). 저 역시 보는 내내 액션은 즐겼지만, 인물들의 감정선이나 행동의 동기가 허술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 전작과의 비교, 이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메카닉: 리크루트의 전작인 메카닉(2011)은 아서 비숍이라는 캐릭터를 처음 소개한 작품입니다. 전작에서 비숍은 철저한 계산과 심리전을 구사하는 냉철한 암살자로 묘사됩니다. 장르로 치면 네오누아르(neo-noir)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네오누아르란 1940~50년대 고전 누아르 영화의 어둡고 냉소적인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장르로, 인물의 심리와 도덕적 모호성을 중시합니다.
제 경험상 전작을 먼저 보고 속편을 보면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전작의 비숍은 암살을 하나의 정밀한 예술처럼 접근하는 인물이었는데, 리크루트의 비숍은 조금 더 직선적인 액션 히어로에 가깝게 단순화된 인상입니다. 치밀한 전략가의 면모보다 무적의 전사 이미지가 강해지면서, 긴장감보다는 통쾌함이 전면에 나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액션 장르 영화의 국내 관객 만족도는 스토리 완성도보다 액션 시퀀스의 밀도와 직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https://www.kofic.or.kr)). 그 기준을 적용하면 메카닉: 리크루트는 국내 액션 영화 팬들에게 꽤 높은 만족도를 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다만 스타뎀 필모그래피 전체를 놓고 보면, 이 영화는 중위권 정도에 위치하는 작품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메카닉: 리크루트는 서사보다 감각에 먼저 반응하는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가 생각해봤는데, 솔직히 극장에서 한 번이면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스토리에 깊이를 기대하고 본다면 분명 실망이 따라오지만, 스타뎀 특유의 묵직한 액션과 창의적인 암살 시퀀스를 즐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겁니다. 아직 못 보셨다면 기대치를 딱 킬링타임 수준에 맞추고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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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68bXxwQ1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