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첫 주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주토피아 2, 저는 극장을 나오면서 딱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역시 재밌다"와 "그런데 뭔가 아쉽다". 전편을 인생 영화로 꼽아온 입장에서 이 두 감정이 공존한다는 것 자체가 이 영화를 가장 정직하게 설명하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아쉬우면서도 막상 핸드폰 노래목록엔 주토피아에서 나온 노래들로 가득합니다.
## 화려해진 세계관, 그러나 전작의 무게감은 달랐다
주토피아 2는 시각적 완성도 면에서 전편을 확실히 뛰어넘습니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구역들과 파충류 전용 지하 클럽의 디테일은 제가 직접 보면서 "이건 극장에서 봐야 했다"고 느낄 만큼 압도적이었습니다. 픽사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말하는 월드빌딩(world-building), 즉 작품 내 세계를 설득력 있게 구축하는 작업에서만큼은 이 영화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부분에서 한 가지를 짚고 싶습니다. 전편의 핵심은 비주얼이 아니었습니다. 1편이 평단과 관객 양쪽에서 동시에 극찬을 받은 이유는 사회적 알레고리(social allegory), 즉 현실의 차별과 편견을 동물 사회라는 우화적 장치를 통해 정교하게 재현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알레고리란 추상적인 개념이나 사회 현상을 구체적인 이야기나 인물로 치환해 표현하는 서사 기법을 말합니다. 2016년 개봉한 1편은 이 알레고리 구조 덕분에 단순한 아동 애니메이션을 넘어 인종·젠더 차별을 다루는 사회비평 텍스트로 읽혔고,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해당 연도 최우수 영화 10편 안에 이름을 올렸습니다([출처: AFI](https://www.afi.com)).
2편에서는 링슬리 가문의 특허 위조와 파충류 탄압이라는 100년 전 역사적 부정의를 메인 플롯으로 삼고 있습니다. 방향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체감한 문제는 이 설정이 서사 전반에 유기적으로 녹아들지 못하고 중반부부터 단순한 추격·잠입 액션의 배경 장치로만 기능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전편이 가졌던 서사적 밀도와 비교하면 확실히 무게감이 달랐습니다.
## 주디와 닉의 파트너십, 깊이보다 속도를 택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을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라고 말하겠습니다. 캐릭터 아크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등장인물이 내면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궤적을 뜻합니다. 1편에서 주디 홉스는 맹목적인 정의감이 어떻게 타인을 상처 입힐 수 있는지 뼈아프게 배우며, 닉 와일드는 오랫동안 쌓아온 방어기제를 허물고 신뢰를 열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줬습니다. 이 두 캐릭터의 아크가 교차하며 맞물리는 방식이 전편을 단순한 버디 무비 이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2편에서 주디는 여전히 의욕이 앞서 작전 중 사고를 일으키고, 닉은 그를 다독이는 역할을 반복합니다. 구조 자체는 전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이 반복이 캐릭터의 성장보다는 장르적 공식을 충실히 이행하는 쪽에 가깝다는 것이었습니다. 내적 갈등보다 외적 사건 해결에 러닝타임이 집중된 탓에, 두 캐릭터가 서로를 통해 무언가를 새로 배우고 변한다는 감각이 전편보다 옅습니다.
속편에서 주목할 만한 시도는 파충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소수자 서사입니다. 기후 분리 장벽(climate segregation barrier), 즉 서로 다른 기후대를 필요로 하는 동물들을 구역별로 나누는 장치가 실은 특정 종을 배제하고 억압하는 수단으로 작동해왔다는 설정은 분명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이 구조적 억압의 문제가 개인 악당 포버트의 본색을 폭로하는 것으로 해소될 때, 저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악으로 환원하는 방식은 1편이 그토록 피하려 했던 서사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서사 구조적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버디 무비(buddy movie) 공식: 성격이 다른 두 주인공이 갈등과 협력을 반복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장르 공식을 충실히 따릅니다.
- 맥거핀(MacGuffin) 활용: 링슬리의 발명일지는 사건을 추동하는 장치이지만 그 자체보다 이를 추적하는 과정이 핵심입니다.
- 해피엔딩 봉합 방식: 파충류들의 억울함이 공식적으로 해소되며 마무리되지만, 사회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는 희석됩니다.
## 그럼에도 극장을 찾아야 할 이유,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
단점을 솔직하게 나열했지만, 저는 이 영화가 나쁜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와 함께 보기엔 전편보다 훨씬 수월하고, 흥겨운 오락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충분합니다. 실제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속편 제작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IP(지식재산권) 확장성과 글로벌 흥행 안정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결과물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수순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IP란 캐릭터, 세계관, 스토리 등 콘텐츠를 구성하는 지식재산 전반을 말하며, 주토피아처럼 흥행과 비평 모두 성공한 IP는 후속 제작 압력이 상당합니다.
디즈니의 속편 전략과 관련해, 미국 박스오피스 분석 매체는 지속적으로 속편이 오리지널보다 평균 흥행 수익이 높지만 비평 점수는 낮은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해왔습니다([출처: Box Office Mojo](https://www.boxofficemojo.com)). 주토피아 2 역시 이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제가 직접 극장에서 보면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 것이 최고의 파트너십"이라는 메시지는 1편이 말했던 것과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새로운 말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는 게 아쉽지만, 그 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편의 팬이라면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보는 것을 권합니다. 그래야 이 영화가 가진 진짜 재미를 오롯이 즐길 수 있습니다. 1편이 안겨준 충격에 집착하기보다는, 주디와 닉이 다시 스크린에 돌아왔다는 사실 자체에서 출발하면 러닝타임 내내 충분히 즐거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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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sTFRvRhLK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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